이제 곧 9월.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날은 이렇게나 후덥지근하지만, 기분만은...^^

애란원에서 8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상큼한 레몬 티 한잔 하시면서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애란원 소식,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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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움터 주택 이사 전에 대해 어려운 일이 있었습니다. 공사측에서 10일 오후 전화로 대신동 집 전세금을 마포주택보다 6천만원을 더 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비슷하다고 한 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물으니, 평당 임내 단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며 34평이 더 커서 총액이 늘어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모든 임대표가 정부에서 다 나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용하던 집은 14일 다른 임차인이 이사오기로 되어 있어 잘못하면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겠다는 비장함이 저를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의 해결을 위해서는 더 분명하고 강력하게 요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돈을 더 내는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원론적 이야기를 계속하는 공사측과 언잰도 수차례 했습니다. 애란원은 돈을 마련할 길이 없으며, 아직도 마포 집 계약은 유효하며 권리는 우리에게 있으므로 마포의 주택을 돌려주던지 6천만원을 감해주던지 양자 택일하도록 요청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때는 결코 가만히 앉자 당하지는 않겠다고 경고(?)도 했습니다. 공사측에서는 여성가족부, 서울시등을 찾아다니며 임대료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거절 당한 후 결국, 마포 집에 연관된 빈곤대책위원회와 노숙자 관련 5기관을 다른 집으로 대체 해 주기로 이틀만에 모두 설득하여 12일 저녁때 마포 집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 14일 무사히 이사하였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해결하면서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해결하고자 마음을 확실히 먹고 임하면 해 낼 수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제 내면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입니다.
맨 처음, 마포 집 양보를 요구하며 다른 길은 없다고 하던 공사측에서 이번에는 단 이틀만에 해결책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사측과 언쟁을 벌이면서 느낀 ' 애란원이 힘있는 기관이었다면 주의깊게 일을 진행했을 것이고 이렇지는 않았을 것 '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좀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된다는 생각에 관한 것입니다.
이사를 마친 어느날 문득 과거의 한 장면 -봉원동에 비닐 막을 쳐 놓고 옷 장사 하시던 아주머니가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 분이 자주 아래 윗집과 싸우곤 했는데 퇴근하는 저를 붙들고 종종 하소연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과부로 힘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무시하고 막 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된다는 그 분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그 분의 사람이 더 피곤하고 힘들겠다며 안타까워 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그 분과 오늘 제 모습의 동일함을 보았습니다. 입으로는 버리고 산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면에는 내 힘으로 살아가려는 쓴뿌리가 깊게 존재했습니다.
이 사실은 저를 몹시 아프게도 했지만, 그러나 기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8마일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에미넴은 처음으로 흑인들 앞에서 자신의 피부색, 환경 때문에 주눅이 들어 랩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후에는 상대 흑인 래퍼들이 비웃을만한 자신의 모든 약점을 먼저 드러내면서 '비웃을테면 비웃어라, 하지만 나는 떳떳하다'라 했을 때 흑인 래퍼들이 더 이상 그를 비웃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모든 비밀과 약점을 공개한 사람 앞에 두려울 것은 없다는 이 영화의 교훈에 더하여, 들어나야만 고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 먹는게 좋습니다. 1년 후, 5년 후에는 한걸음은 더 주님께로 가까이 나아갈 것을, 그래서 지금보다는 족므은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저의 들어난 혹은 아직도 들어나지 못한 어두움들로 인해 제게 혹시 실망했거나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주님의 사랑으로 저를 용서하시기를 이 자리를 빌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두 그룹홈은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동모금에서 지원하던 가족강화사업이 7월 말로 3년 간의 사업일정이 마무리되며 성과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에는 1996년도에 있던 한 자매의 결혼식에 혼주로 대신 참석하여 자매의 엄마 역할을 대행했습니다. 결혼식에 앞서 신랑 어머니와 함께 촛불도 밝혔습니다. 며느리감이 부모도 없고 촛불켜줄 친척도 없는 것에 대해 몹시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예쁘게 봐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하며 머리숙여 절하는 제게 표정을 풀고 와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해주어 고마웠습니다. 신랑감이 바르고 착한 심성에 무엇보다 자매를 예뻐하시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 자매에게 애란원은 간호학원비 1년을 지원했고 병원 근무 2년 후 재능에 따라 대학 진학을 하여 장학금을 지원했었는데, 그 기초로 저런 좋은 신랑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돌아오는 제 발걸음이 행복했습니다.

모든 것이 목사님의 후원으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목사님의 후원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나시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애란원장 한상순드림.